최근 우리 사회에서 ‘불법 개설 의료기관’ 문제가 반복적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불법 의료기관, 곧 사무장병원 또는 면허대여 약국 등은 의료법·약사법상 개설 자격이 없는 이들이 의료인 또는 약사 명의를 빌려 병원이나 약국을 운영하는 형태입니다. 이러한 기관이 늘어나면서 국민의 건강권은 물론 건강보험 재정, 지역 의료생태계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실제 최근 5년간 통계에 따르면, 불법 개설 의료기관 285곳이 적발되었고, 이로 인해 총 약 9,214억 원대의 환수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이 중 약국이 89곳으로 가장 많았고, 약국 관련 환수금액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더욱이 의료행위의 대표적 영역 중 하나인 ‘투석(透析)’ 분야에서도 불법 사무장병원이 문제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최근 5년간 투석 관련 사무장병원 9곳이 수사 또는 재판을 받고 있으며, 이들에 대한 요양급여비 환수 결정액만 약 1,600억원이 넘는 규모입니다.
투석 분야는 만성질환자, 고령 환자 등 의료취약계층이 주로 이용하는 영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불법 의료기관의 존재는 단순한 금전적 피해를 넘는 중대한 건강권 위협입니다.
이처럼 불법 의료기관이 남아 있는 것은 단지 보험 재정의 누수 때문만이 아닙니다. 그 폐해는 여러 층위에 걸쳐 나타납니다.
■ 환자 안전과 진료의 질 저하
불법기관은 수익 극대화를 목적으로 합니다. 이윤 중심 경영은 과잉 진료, 과다 입원 유도, 불필요한 시술 권유, 허위진료 기록 등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특히 투석이나 만성질환 관리 같은 분야에서는 정직한 진료보다는 비용 청구가 중심이 될 수 있어, 환자 건강과 생명이 직접 위협받습니다.
■ 건강보험 재정의 누수 및 국민 부담 증가
적발된 기관들만으로 수천억 원대 환수 결정이 발생했지만, 실제로 환수되는 비율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는 곧 건강보험 재정을 지속 가능하게 유지해야 할 국민 전체에게 부담이 돌아간다는 의미입니다.
■ 지역 의료생태계 훼손 및 의료 불신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의료기관이 불법기관과의 불공정 경쟁에 내몰립니다. 수익을 좇는 불법기관이 시장을 잠식하면, 지역 내 신뢰 가능한 의료기관이 줄어들고, 지역 주민들이 안정적으로 의료를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이 흔들립니다.
■ 단속과 제재에도 왜 반복되는가?
그럼에도 불법 개설기관이 계속 늘어나는 데에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2025년 10월,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 이사장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불법 사무장병원 적발이 매우 어렵다”며, 공단에 특별사법경찰권(특사경) 부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즉, 현재 공단은 의료·보험 전문가이지만, 직접 수사권은 없어 적발에 한계가 있다는 현실이 드러난 것입니다.
또한 부당청구가 드러나도, 환수 절차는 길고 복잡하며 실제 환수율은 낮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 사이 새로운 불법기관이 생기고, 적발된 기관의 재기가 반복되는 악순환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