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돈(부천YMCA 회원, 명지전문대 행정학과 교수)
오는 6월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우리 부천시가 ‘회색의 도시’라는 오명을 벗고, 시민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초록의 도시’로 대전환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현재 부천시는 경기도 내 지자체 중 인구밀도가 가장 높고, 지속적인 도심 고밀 개발로 인해 시민들이 숨 쉴 수 있는 자연 공간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부천시의 1인당 도시공원 면적은 6.18㎡로, 전국 평균 11.6㎡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며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1인당 9.0㎡에도 크게 못 미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사는 곳에 따라 누리는 녹지의 양이 극명하게 갈린다는 점이다. 대장·춘의권역의 1인당 공원 면적이 14.55㎡인 반면, 인구가 밀집된 중·상동권역은 2.73㎡에 그치며 생활권별 양적 불균형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이제는 단순히 ‘공원 면적 몇 ㎡ 증가’라는 숫자 지표를 넘어, 시민이 집 근처에서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녹지 복지’를 구현해야 한다.
도시에서 지속 가능한 녹지정책이 중요한 이유는 녹지가 더 이상 단순한 조경이나 장식이 아니라, 기후 위기 시대에 시민의 생명을 지키는 ‘필수 생존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고밀도 도심의 열섬 현상을 완화하고 미세먼지를 줄이는 ‘기후 백신’으로서 녹지의 가치는 날로 커지고 있다. 최근 서울을 비롯한 국내 주요 도시와 세계 대도시들의 정책 패러다임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도시 외곽에 대규모 공원을 조성하는 ‘양적 공급’에 치중했다면, 이제는 도시 전체를 유기적인 생태 네트워크로 엮는 ‘질적 연결’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영국 런던이 2019년 세계 최초로 선포한 ‘국립공원 도시(National Park City)’ 비전처럼, 모든 시민이 도보 10분 이내에 자연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현대 도시계획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전환 요구 앞에서, 이번 지방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핵심 가치와 정책 방향을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점(點)’에서 ‘선(線)’으로 전환해, 단절된 녹지를 잇는 ‘올 부천 그린 그리드(All Bucheon Green Grid)’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지금 부천의 녹지는 광역적인 계획 없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연결성이 매우 낮다. 영국 런던의 ‘All London Green Grid’를 벤치마킹해 철도 주변, 고가도로 하부, 공업지역 외곽 등 그동안 도시를 분절시켜 온 공간을 선형 녹지로 전환해야 한다. 소사, 중·상동, 오정, 역곡 등 5개 녹지 생활권을 설정하고, 기존의 하천·수변 공간과 학교 숲, 문화시설을 생태적으로 연결해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공원처럼 기능하도록 만드는 일을 최우선 정책 과제로 삼아야 한다.
둘째, ‘거대 공원’ 중심에서 ‘생활 밀착형 포켓 파크(Pocket Park)’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시민들은 먼 곳의 큰 숲보다, 집 현관문을 나서자마자 마주치는 작은 쉼터를 더 절실히 원한다. 대규모 토지 매입이 쉽지 않은 부천의 현실을 고려할 때, 자투리땅과 유휴지를 활용해 ‘걸어서 5분 안에 닿는 소규모 생활녹지 100곳’을 만드는 ‘부천 100 생활녹지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도로 선형 개선으로 남는 공간, 주차장 재구조화로 생기는 여유 부지 등을 0.03~0.1ha 규모의 작은 정원으로 재생하고, 이를 주민들이 직접 가꾸고 관리하는 ‘동네 돌봄단’ 거버넌스를 구축할 때 비로소 생활권에서 체감되는 진정한 녹지 복지가 완성될 수 있다.
셋째, 건축물 단위에서부터 녹지 책임을 제도화하는 ‘부천형 도시녹화지수(Bucheon Greening Index)’를 도입해야 한다. 민간 개발이 늘어날수록 생활권 녹지가 줄어드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강력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신축 공동주택과 상업시설 개발 시 옥상 녹화, 수직 녹화, 투수 포장 등 자연 기반 요소를 얼마나 반영했는지 정량적으로 평가해 인허가와 연계해야 한다. 런던의 ‘Urban Greening Factor(UGF)’처럼 건축 계획 단계에서부터 일정 수준 이상의 녹지 조성을 의무화하고, 우수 사례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공공 예산을 크게 늘리지 않고도 도시 전체의 녹화 수준을 높이는 영리한 행정이 요구된다.
부천의 녹지 도시 전환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세대의 생존과 직결된 과제다. 더 늦기 전에 방향을 틀지 못하면, 폭염과 미세먼지, 삶의 질 하락이라는 대가를 치르는 것은 결국 이 도시에 사는 현재와 미래의 시민들이다. 지방선거 후보자들은 ‘도로와 개발 중심’의 낡은 행정 패러다임을 과감히 털어내고, ‘생태축과 사람 중심’으로 시정을 재구성하겠다는 분명한 정치적 결단을 보여야 한다. 공약집 문구 몇 줄이 아니라, 도시기본계획·공원녹지기본계획·예산 편성 전 과정에서 녹지를 최상위 원칙으로 두겠다는 약속을 시민 앞에 명시해야 한다.
부천 시민 역시 더 이상 ‘개발 몇 건 했는지’가 아니라 ‘우리 동네에 아이와 노인이 함께 숨 돌릴 수 있는 쉼터가 생겼는지’로 정치인의 성적을 매겨야 한다. 집 앞에서 만나는 작은 나무 한 그루, 골목 끝 포켓 파크 하나, 걷고 싶은 그린웨이 한 줄이 곧 삶의 격차와 도시의 품격을 가르는 기준이 되고 있다. 우리의 일상이 자연과 다시 연결되고, 사계절 내내 숨 쉴 그늘과 걷는 길이 촘촘히 깔릴 때, 부천은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문화도시이자 인간 중심 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부천을 또 한 번의 개발 공사 현장으로 만들 것인지, 아니면 수도권에서 가장 살기 좋은 ‘생활국립공원도시’로 도약시키는 출발점으로 삼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경계선이다. 선택의 공은 이제 시민과 후보자의 손에 넘어와 있다. 시민은 생활권 녹지에 대한 분명한 기준과 요구를 갖고 냉정하게 평가해야 하고, 후보자들은 임기 4년 동안 언제, 어디에,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녹지와 생태축을 늘릴 것인지 구체적 계획과 책임 있는 약속으로 응답해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녹지 불평등을 해소하겠다’는 약속을 행동으로 증명하겠다는 이들이야말로, 부천의 다음 10년을 맡을 자격이 있다.